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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노하우

제안의 정석, 현직 기획자의 감상평 (리뷰)

저는 현직 15년차 기획자입니다. 요 근래 제안의 정석을 읽어서 그에 대한 리뷰를 해볼까합니다.

제안의 정석

기획을 배우는, 아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 한번쯤 생각해봤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현재 나와 있는 기획서, 제안서 관련 베스트셀러를 읽고 현직 기획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나 같은 기획자의 생각 이전에 책을 읽는 일반인 혹은 기획 초년생들의 생각을 내 옛 기억을 떠듬거려 유추해보면 이런 게 아닐까 한다.

이게 진짜 맞는 말인가?

프로들 사이에서 이게 정말 먹힐까?

현직 기획자가 봤을 때 이것은 격투게임에서 필사기가 아닌 교과서 같은 이야기 아닐까?

기획을 배우던 똘망 똘망한 그때를 떠올렸을 때  나는 분명 저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옛날 생각하니 갑자기... 그때 했던 미친 짓들이 떠오른다. 앗! 또,또, 삼천포로 빠질 뻔 했다. 책 리뷰를 해야 하는데. 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조금 있다 하고, 일단 책 내용을 좀 소개하고 얼마나 잘 쓴 책인지 설명을 해야겠다. 그게 작가에 대한 예의이지 않나 싶다.

 

제안의 정석 Summary

저자는 공동이네요 박신영 / 최미라 공저

이 책의 특징 : 제안서 작성이 쉬워지게 만드는 6단계 비법 소개와 기획에 필요한 습관이라는 내용으로 짧막 짧막하게 제안서 쓰는 요령 혹은 PPT디자인에 대한 팁들을 실제 예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써놨다.

제안서 작성이 쉬워지는 6단계 비법

1단계 왜?
2단계 그게 왜?
3단계 그래서 뭐?
4단계 딴것도 많잖아?
5단계 그래서 어쩌라고?
6단계 근데 꼭 해야 되냐?

이렇게 6단계의 질문 형식으로 제안의 핵심포인트를 먼저 잡는다. 그 이후엔 제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아주 명쾌하게 정리하였다. 이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겠다. 책을 읽을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그리고 나머지 거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은 기획에 필요한 습관이라는 주제의 카테고리에다 기획을 위한  다양한 충고? 혹은 명심해야 할 것? 등에 대한 나열을 해주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그 어떤 내용도 틀리거나 현실과 맞지 않거나 하는 말은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해서 내용 하나하나를 뜯어 보면 거의 대부분 교과서와도 같은 말이다. 기획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분명 좋은 이야기임은 물론이거니와 현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그런 체크사항들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책의 저작권?에 위배 되지 않는 선에서(내 맘대로 ㅎㅎ) 몇 개만 맛보기로 말씀 드리면 책에서 말하는 습관이란 것은 대략 이런 것이다.

1. 뼈 발라내는 습관 : 골자 맥락을 짜내라

2.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순서대로 말해라

3. 고객 개발부터 하고 시작해라... 등등

이런 주옥 같은 챕터가 한 20가지 된다. 한 3개 풀었으니 저자도 화를 내지는 않겠지?? 이것은 홍보용으로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님^^ 그리고 나머지 대부분은 저 기획에 필요한 습관과 함께 예제로 나온 사항들에 대한 PPT 디자인의 방법, 설명 혹은 예시입니다.

현직 기획자로서 그럼 본격적인 책에 대한 감상평을 하겠습니다.

 

1. 책의 완성도에 대한 평가

책을 읽는 사람들을 일단 기획 초보, 혹은 기획을 해보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잡아서 그런지 그리 어렵지 않은 필체로 쓰여졌고 특히나 단락 단락 끊어지는 내용들은 책의 내용상 한번에 통째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론적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틈틈이 읽기 좋게 썼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나 수필이 아닙니다. 분명 어떤 분야의 이론과 정보를 전달하는 도서입니다. 바꿔 말하면 책의 내용 기술이 부드럽게 잘 쓰여졌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일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류 책의 평가 포인트는 2가지 입니다.

첫째. 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자신만의 새로운 노하우와 정보를 담고 있는가?

둘째. 그 분야의 다양한 정보, 이론 및 노하우를 잘 정리했는가?

첫 번째 그 분야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를 담고 있느냐에 대한 평은 하기 힘든 책이므로 패스하겠습니다. 책을 보신 분들이야 알겠지만 이 책은 새로운 내용을 개발 혹은 공개하는 개념의 책은 아니니까요

두 번째  ‘잘 정리했느냐?’는 그냥 평가할게 아니고 누구를 타깃으로 이 책을 썼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 대상에 따라 정리하는 내용이 달라지니까요. 제안서를 쓸 일이 없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썼는지 혹은 기획이란 것을 아직 배우는 새싹들을 대상으로 썼는지, 혹은 이미 기획을 업으로 하거나 기획이란 것을 가지고 직간접적으로 밥벌이 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썼는지에 따라  이 책이 잘 정리되었느냐의 평가가 달라질 것입니다."이 책에 있어 의문이 가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내용의 정리는 쉽게 쓰기 위해 애를 썼다는 티가 납니다. 그러나 그 속에 말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한 발 나간 것이었고 현업 선배가 후배에게 했을 때 딱 들어맞는 수준의 내용들이었습니다. 더욱이 PPT 작성에 대한 팁과 예제, 템플릿까지 제공하려 했다는 점에서 또 한편으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책의 소개글을 보면 대중적인,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의중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그렇다면 실무 기획자로서 이제 이 책에 토를 달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실무 기획자로서 이 책 ‘제안의 정석’을 보고 느낀 점

‘제안의 정석’ 이 책을 보면서 옛날 생각도 나고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읽으면서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는데 그 의문점을 말씀 드리는 것이 저의 감상평이 될 수 있겠네요

첫 번째 질문: 이것이 기획 초년생에게 실효성이 있을까?

아마도 기획의 정석을 보고 이어서 제안의 정석까지 본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기획에 관심이 많은 학생 및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일 거라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과연 그들에게 이 책의 내용만큼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쉽게 써져 있는 듯 하지만 하나 하나는 습득하기에, 혹은 진짜 채화하기에는 꽤나 어려운 항목들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철봉에서 턱걸이 하는 것을 쉽게 써서 말했지만 실제 턱걸이는 엄청 어려운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기획 선배로써 바라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기특한 행동은 좋으나 턱걸이 하는 법을 알았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두 번째 질문: 기획과 제안, 그리고 제안서 작성에 있어  왜 경계를 흐렸는가?

이것은 이전 저의 블로그 포스팅 ‘기획하는 법 기초’ 편에서 몇 번을 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까려고 한 말은 아니고 역시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기에 말을 할 수밖에 없네요. 기획이라는 것과 제안이라는 것은 같은 등급의 카테고리로 나뉠 내용이 아닙니다. 기획의 정석과 제안의 정석으로 동등하게 서있을 성격이 아니란 것이죠. 기획이란 것은 다 같은 기획입니다. 그것의 용도가 제안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용도에 맞게 표현에 대한 부분을 바꿔주면 되는 것이죠. 물론 제안을 해야 하는 용도라면 설득에 대한 스킬이 많이 필요하고 가끔 기획의 틀 자체를 흔들기도 합니다만 어쨌건 일반적 기획의 단계에서 해야 하는 생각의 로직은 제안의 그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거기에 설득에 대한 부분을 접목시킨 것이 제안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또 한가지... 제가 가장 반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과 기획하는 것 자체를 혼합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기획’은 ‘기획’이고 ‘기획서 작성’은 ‘작성’입니다. 기획을 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표현 요소를 빌어 서술을 한 것이 기획서입니다. 기획은 개념과, 이론과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기획서 작성은 그것을 언어 체계로 표현해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쓸라하는 데 더 어려워지네요 ㅜㅜ) 아무튼 이 부분은 기획을 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아쉽습니다.

세 번째 질문: 진짜 핵심은 왜 언급해주지 않을까?

아까 턱걸이 예를 들었던 것처럼 이 책의 내용대로 기획을 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진짜 핵심은 턱걸이를 하기 위한 힘을 길러야 하는 것입니다. “너희들이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기획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야” 라고 말을 할거면 분명 그 부분을 매우 강조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은 학생이 이 책을 읽고 기획을 하려는데 왜 안될까?, 왜 분명 책의 내용대로 하려는데 안될까? 하는 의문을 갖기 이전에 이 책을 본다고 기획을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해서 말해줘야 이 책의 이름답게 ‘제안의 정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누구나 읽고 또 읽으면 한 달도 안 돼서 머리 속에 넣을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경쟁력 있는 기획을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턱걸이 할 근력이 없으니까요. 기획을 하기 위한 논리적 사고의 근력이 발달돼 있지 않고, 그 분야에, 그 산업에, 혹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사회 전체적인 사안에 대해 인사이트가 없으니까요, 맥락을 잡아내는 힘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안의 정석을 다 읽어도 기획을 맘처럼 쉽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획을 업으로 하시려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특히나 꼭 이 부분을 한번쯤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장대 높이뛰기를 하려면 뛰다가 장대 거리를 잘 계산해서 박고 장대의 반동력을 잘 응용해서 튀어올라 라인을 넘으면 됩니다. 이론은 그렇게 정확하게 말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뛰는 힘과 팔의 버티는 힘 그리고 반동을 위한 허리 힘과 그 타이밍에 대한 감까지 모두 갖춰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기획을 잘하려거든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기획을 잘하기 위한 다양한 요령과 팁을 숙지하되 해당 분야에 대한 인사이트를 넓히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사고를 위한 노력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또 말이 길어졌네요...

다소 부정적인 책 감상평이 된 것 같아 저자에게 미안하군요. 분명히 책은 잘 쓰여졌고 누가 뭐래도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그 완성도를 평한 것이 아니라 현재 실무 기획자로서 느끼는 부분과 함께 아쉬운 점? 이라기 보다는 읽는 분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부분이라고 하는 게 정확하겠네요 . 어찌됐든 그러한 포인트에서 감상평을 썼음을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부디 이 책을 읽고  깊이있게 공부해서 훌륭한 기획 인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젊은 기획자들 씨가 말랐다는,,,,

감사합니다~ 또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