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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페서 앙가주망 뜻 정치 상식

폴리페서

폴리페서 앙가주망 왜 자꾸 거론되는가?

요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두고 여-야, 좌-우가 시끄럽다. 문제의 핵심은 서울대 교수로서 휴직을 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란 국가 정치 공직을 행한 것에 대해 교수 (지식인)가 자신의 정치적 욕심으로 교수라는 본연의 직무를 뒤로하고 정치적 활동만을 하고 있다는 것. 이를 두고 ‘폴리페서’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국 전 수석 측에서는 이것은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앙가주망’이라며 자신을 ‘폴리페서’라고 비난하는 이들을 역으로 비난하고 있다.

폴리페서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 논란

폴리페서의 뜻

폴리페서의 뜻은 정치를 일컫는 폴리와 교수라는 프로페서의 합성어로 한국에서만 쓰는 현대 사회의 신조어 중의 하나다. 뜻은 교수가 정치판에 기웃거리면서 정계 입문을 노리느라 본분을 잊게 된 경우를 비꼬아 말하는 것으로 당연히 뜻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 ‘폴리페서’라는 말을 듣는 이들은 교수로서 본연의 임무인 강의, 연구를 함께 열심히 병행하면서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고 정치적 활동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에 듣게 된다. 교수는 분명 지성인이며 사회적 리더이며 분야별 전문가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목소리가 갖는 파급력 또한 크기 때문에 정치 영역에서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며 그들을 교육에만 몰두하도록 하는 것도 효율성 측면에서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니다.

앙가주망 샤르트르

앙가주망의 뜻

‘폴리페서’의 개념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된 지식인을 비꼬는 말이라면 반대의 개념으로 지식인의 사회적, 정치적 활동에 대해 순기능을 뜻하는 것이 바로 앙가주망이다. 앙가주망(engagement)은 사전적 의미로 약속, 책임, 약혼 등이 있는데 지식인과 학자의 사회 참여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이 ‘앙가주망’이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해명하고 명확한 의미를 이야기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설명을 좀 풀어서 쉽게 이야기하자면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은 마땅히 사회 활동에 참여하여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지식인들의 사회활동 특히 언론을 통한 사회활동이 활발했는데 그들의 이런 사횔 활동은 특권이 아닌 의무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앙가주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드레퓌스 사건'이 있다.

앙가주망 에밀졸라

드레퓌스 사건은 19세기 말 발생한 유명한 사건인데 유대인 대위 드레퓌스가 독일 대사관에 군사정보를 팔아 넘긴 혐의로 종신유형의 판결을 받았었다. 그런데 당시 증거로 제시된 것이 고작 파리 독일 대사관에서 발견된 서류의 필적이 그 드레퓌스의 필적과 비슷하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었으니... 유대인이기 때문에 더 크게 이슈가 되었고 괘씸죄가 적용되어 그는 억울하게 형을 받아야만 했다.

물론 이후 군부는 드레퓌스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나 뭐 이를 덮으려 했고(어서 많이 보던 스토리다) 당시 이에 대해 프랑스 지식인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J'Accuse)라는 글을 대통령 보라고 공개적으로 언론에 기고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당시 에밀 졸라의 논설로 드레퓌스가 바로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고 1906년 무죄로 복권되는데 핵심적인 역할, 사회적 관심과 공론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이렇듯 프랑스는 지식인들의 '앙가주망' 정신으로 사회를 이끌었고 현재에 이르러 '앙가주망'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지식인들의 사회적 의무로 여겨지고 있다.

앙가주망 폴리페서 차이

폴리페서와 앙가주망, 종이 한 장 차이

이처럼 폴리페서와 앙가주망의 뜻은 엄연히 큰 차이를 보이는데 왜 같은 사람 같은 상황을 두고 거론되는 것일까? 그것은 이 둘의 차이점이 결과적으로 드러난 행동이 아닌 그 행동을 하는 지식인 본인의 양심적, 도덕적 의도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활발한 사회적 활동이 정치적 야망을 이루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면 폴리페서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앙가주망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수재민이 발생했을 때 수재헌금을 전달하는 행동과도 같다. 분명 행동은 수재민을 돕기 위한 헌금을 전달한 것이지만 그 사람의 의도에 따라 이것은 정말 좋은 일도 되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위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

폴리페서 왜 유독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시끄럽나?

폴리페서라는 말은 사실 본인이 아니면 정확히 진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그래서 대부분 폴리페서라는 말은 정치적으로 반대파에서 이미지를 깍아 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한다. 결국 진영논리다. 그래 그래 다 좋은데 이번에 시끌시끌한 조국 교수만이 이러한 케이스냐? 그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현 자유한국당 의원),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이 있고 류우익 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장, 통일부장관 등으로 일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김연철 통일부장관(성균관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경기대) 등이 교수 휴직 중이고 참여정부 때도 많은 교수들이 공직을 맡은 뒤 학교로 돌아갔다. 도입부에 말했듯 교수는 지식인이고 전문가이며 사회적 입김이 큰 사람들이다 당연히 정치적으로 봐도 이들은 정말 좋은 인재풀이다. 이들이 활동하는 것을 무조건 적으로 폴리페서라는 꼬리표를 달 수 없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조국 교수 서울대 휴직 장기화

하지만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유독 시끄러운 것은 조교수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정교수직을 휴직상태로 너무 길게 끌었고 또 다시 복직을 하고 그럼과 동시에 법무부 장관에 거론되고 있어 가뜩이나 열 받은 학생들이 더 열 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법무부 장관직까지 하게 되면 조교수의 강의를 한번도 듣지 않고 서울대를 졸업하는 학생도 아마 발생할 것이다. ㅋㅋ 

거기다 그는 2008년 김연수 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가 학교에 휴직계를 내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선출직에 도전하는 폴리페서를 비판하며 관련 건의안을 학교측에 제출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고한 글의 내용 중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하는 순간 교수는 대학에서 몸과 마음이 떠난다. 휴강과 강사 대체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된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는데 그러니 휴직만 연장하고 정치활동을 하는 조국 교수가 학생들 눈에 이쁘게 보일 리가 없다.

물론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 자신은 선출직이 아니라 임명직 아니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결국 학생들 입에서는 내로남불 이라는 말밖에 나올 것이 없어 보인다. 또 빡친 학생들을 향해 "휴직 기간 동안 나의 강의를 대신 맡아주고 계신, 존경하는 서울대 로스쿨 동료 형사법 교수님들의 양해에 감사 드리며 수업당 학생 수가 많아졌다는 학생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하니 아주 기름을 부어버렸다. 제 3자의 입장에서 봐도 ‘내 뜻을 위해 니들이 이해해라’라고 밖에 안 보인다.

폴리페서와 앙가주망

폴리페서와 앙가주망, 의무와 권리의 차이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지식인들이 있다. 또 그들은 수많은 사회적,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 지식인 뿐인가 언론인 중에도 폴리널리스트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연예인 중에서도 폴리테이너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들이 어느 집단이나 대중에게 신뢰를 받으면 정치적 활동을 한다. 그들이 사회 활동을 하는 이유, 신념에 대한 판단은 불가하니 솔직히 그들이 실제로 폴리페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앙가주망의 발상지 프랑스, 프랑스에서 지식인이란 특별한 존재다. 프랑스 지식인들은 언제나 역사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그들이 그렇게 남다르게 활동한 것은 다른 나라와 다르게 프랑스의 지식인들에게 이러한 사회적 정치적 참여는 의무였고 책무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앙가주망이라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의무는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마땅히 누리는 것을 우리는 권리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폴리페서란 말이 자꾸 나오는 것은 어쩌면 지식인들이 행동하는 지성, 즉 의무로서 앙가주망하는 것이 아닌 엘리트 지식인이 된 권리로서 정치적 명예와 권력을 누리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초시대 노하우 백서 '폴리페서 앙가주망' 끝